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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잡꾼들의 기함/크루세이드에 대하여

내러티브와 컴패티티브 사이에서

아래 글은 군해머(Goonhammer.com)의 아티클 "Be Nice, Roll Dice : Navigating the Narrative-Competitive Spectrum"를 번역(허접 의역)한 것입니다. 관련 원문은 https://www.goonhammer.com/be-nice-roll-dice-navigating-the-narrative-competitive-spectrum/ 을 확인해 주세요.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것에는 일종의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스펙트럼의 한 부분에 속하게 되죠. 이 스펙트럼의 한 쪽 끝에는 내러티브 게이머들이 있고, 이들은 41세기 또는 모탈렐름의 한 순간을 재현하거나 새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플레이 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에게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나, 게임의 메카니즘에 대한 문제 보다는 게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중요하죠. 반면 스펙트럼의 반대편에는 컴패티티브한 플레이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게임의 메카니즘이 가장 중요한 이들이죠. 이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퍼즐을 푸는 것과 비슷하게 바라보며, 무언가를 행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고 싶어하며, 가끔은 설정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기도 합니다(추가로, 이 플레이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긴다" 류의 플레이어들과는 다릅니다. 혼동하지 마세요).

 

두 스펙트럼에는 각자의 의미가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가운데 어느 곳에 속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펙트럼의 끝에 존재하는 몇몇 사람들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비판적인 눈으로 보고는 합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만났을 때, 그들은 게임에 대해 완전히 다른 기대를 갖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가끔 테이블에서 나쁜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스펙트럼의 양극은 마치 양립 불가능하거나 화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한다면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차이를 조율(navigating)하기 위해 제가 추천하는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우선 자신을 이해하라

다른 사람과 조율하기 전에, 우선 무엇이 당신을 흥분(tick)시키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 단계 "왜 당신이 게임을 하는지""다음 게임에서 당신이 무엇을 찾을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컴패티티브한 도전이나 비극적인 스토리, 혹은 좀 더 가벼운 것 중에 무엇을 원합니까? 당신이 이기고, 지는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하며 게임이 밸런스 있는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합니까? 아직 잘 모르겠다면, 당신은 이 부분에 대해 잠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솔직해 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 문제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음 부분은 살짝 어려울 수 있는데, 당신이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이 게임에 있어 좋아하는 부분에 많은 것이 있겠지만, "당신을 테이블로 다시 끌고 오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저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걸 실현했을 때를 가장 좋아합니다. 당신이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다른 플레이어와 조율할 때 그것에 꼭 유념하세요.

 

여기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승리'라면, 유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 자체에는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들은 '게임'이고,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얼마나 '지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커뮤니티들에는 WAAC 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긴다(Win At All Costs)"라고 불리는 플레이어들이 있으며, 이들은 승리에 집착하지만 그들의 행동이나 태도를 보면 그들은 승리에 '집중'하지 않으며 오히려 '패배를 피하기 위해' 절박하게 행동합니다. 이 WAAC 플레이어들은 게임장에서 '흥을 깨는 사람'이 되기 마련이며, 게임하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겉돌기 마련입니다. 이런 사람이 되는 것을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역시나 승리 그리고 컴패티티브한 한계를 깨는 것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캐쥬얼 플레이어나 내러티브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하며, 따라서 이 다음 과정은 약간 어려울 것입니다.

 

2. 기대를 예측하고 관리하라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 끝났다면, 이제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차이를 조율하기 위해 대화(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상대방과 대화하세요. 이 대화는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게임 자체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특히 새로운 사람과 플레이할 때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이 대화는 명확하고 간결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 어떤 종류의 게임을 즐기고 싶으세요? 저는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게임 / 저의 기술을 시험하는 게임 / 제 토너먼트 리스트를 시험해보는 게임 / etc 를 원합니다." 당신은 이 질문에 대한 상대의 반응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의 얼굴에 패배감, 놀람, 실망감이 보인다면, 상대의 대답을 유심하게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대답을 통해 상대방이 어떤 류의 게임을 원하는 지 확인해야겠죠("아 제가 보기에 좀 더 릴렉스한 게임을 원하시는 군요! 알겠습니다"). 상호 간에 각자의 기대를 확인했다면, 마지막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입니다.

 

3. 타협에 이르기

다시 첫 번째 단계로 돌아가세요. "당신이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무엇인지"가 대화의 주제로 들어올 시간입니다. 상대방의 기대를 만족시키면서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까? 어떻게 그걸 달성할까요? 테이블 반대편의 상대가 자신의 기대를 살짝 낮추어야만 당신의 기대를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인가요? 여러분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상대와 타협해야 합니다. 저자는 컴패티티브한 플레이어로서, 캐주얼하게 플레이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들이 자주 플레이하는 내러티브 미션을 즐기곤 합니다. 새로 짠 전략을 시험해보면서도, 동시에 상대방이 원하는 내러티브함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반면, 내러티브 플레이어는 자신대로 양보해서 상대방의 컴패티티브한 아미 구성을 수용할 수 있겠죠.

대화와 타협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워게임은 복잡합니다. 아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모델을 고르고, 페인트하고, 아미의 테마를 만드는 등 많은 요소들이 들어갑니다. 게임장에서 새 상대와 만나면, 각자 가지고 있는 모델이 한정되기 때문에 타협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한계로 인해 내러티브한 로스터를 컴패티티브하게 만들거나, 컴패티티브한 로스터를 내러티브하게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컴패티티브한 플레이어가 내러티브한 로스터를 가져온다고 해서 바로 내러티브 플레이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역: 전략적으로 훌륭한)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캐주얼 플레이어보다 룰을 더 잘 이해하고, 더 훌륭한 계획을 갖고, 위기를 관리하고, 사격 대상을 잘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내러티브한 로스터를 가지고도 충분히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때때로 상대방과 당신이 타협할만큼 충분히 유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불일치하는 것을 이해"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게임을 하는 3시간은 중요하고, 상대방에 맞추기 위해서 온전히 희생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요. 게임 자체를 플레이 하지 않거나, 혹은 일찍 끝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서로 타협을 해볼 것을 정말로 추천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상대방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화(커뮤니케이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금만 시도해보면 자연스러워질 것입니다. 저자는 항상 상대한테 이야기 하길, 우리의 게임은 "누가 훌륭한 장군인가"를 가리는 경쟁이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험 자체에서 우리는 협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협력하고자 하는 모든 과정은 그들이 스펙트럼에 어디에 있던 간에, 그들이 테이블에 서있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 것입니다.

 

따라서 서로에게 친절하시고, 주사위를 던지세요(Be Nice and Roll DIce).(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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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햄덕으로서의 3년 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워해머를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학창 시절의 꿈을, 결국 군대에서 처음 이루고 벌써 이만큼의 시간이 지났다는게 놀랍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3년의 시간 동안 '워게임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도 지나쳐 간 것 같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테이블에 모델이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도색을 한 플라스틱 모델이 주인공이 되는 게임이라니, 그냥 즐거웠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패배만 맛보게 되자, 더 이상 '패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전략을 고민하고, 유닛을 분석하고, 로스터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 컴패티티브한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배치에서부터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스젬을 사용하는 것 등 실력을 늘리는 것 자체가 즐거웠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또 변화했던 것 같습니다. 승리는 쌓였갔지만, 어느 순간 승리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워게임을 플레이하는 의미 자체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더군요. 현자 타임이 왔던 것 같습니다. 내가 2라운드 만에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이 게임을 하고 있는 걸까? 저 사람은 세 달 만에 게임장에 왔는데, 3라운드에 항복을 받아내고 집에 보내는 것이 정말 즐거운 일일까? 하는 생각들이 저를 덮쳐왔죠. 문제는 현자 타임을 느끼면서도 새로운 전략과 로스터를 고민해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저는 환경을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덜 컴패티티브 하면서도, 새로운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전쟁의 무대'나 '캠페인', 그리고 '내러티브 미션'에 대해서 찾아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즐기는 와중에 9판이 나오면서 크루세이드 시스템이 나오게 되었죠. 따라서 여기에 푹 빠져서 새 단톡방을 만들고, 사람을 모집하고, 내러티브 미션들을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전 본질적으로 컴패티티브한 플레이어인 것 같습니다. 전략 짜기를 좋아하고, 상대방의 모델이 움직임이는 것을 보며 이에 대응하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것만 즐기게 되지는 않게 된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설정을 번역하고 캠페인을 운영하면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더 잘 상호작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상대방이 단순히 '배틀넷에서 만나는 플레이어 1' 처럼 보았다면, 이제는 조금 더 같은 플레이어로서 상대방을 대하게 된 것 같습니다.

 

크루세이드가 내러티브 게임이라고 해서 이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이 모두 내러티브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구요. 참가하는 것은 내러티브 미션이지만, 여전히 상대를 이기는 것에 집착하는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도 플레이 하다보면 어느샌가 자연스레 이기려고 노력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더더욱 위의 글이 주는 의미가 컸던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이해해보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대화를 나눠본다면 게임을 하는 와중에도 승리에 정신을 파는 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마을 마다 게임장이 있어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자주 모이는 외국의 상황과,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익명의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하게 되는 우리의 상황이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외국과 달리 우리는 한 번 게임해보고, 마음에 안들면 다시 안보면 그만이죠. 하지만 사람을 만나고 더 즐거운 게임 경험을 나누게 되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조금 더 이해하고 게임을 시작한다면 함께하는 3시간이 더 즐거운 '협력'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