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로크 리치
크로미드 성계의 하이브 월드인 다이로크 리치는 그 뜨거운 날씨와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하이브 시티들이 수십개씩 퍼져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인구수로 인해, 데스 가드 침공이 시작될 당시 가장 많은 공격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데스 가드에게 있어 넘쳐나는 인력 자원은 곧 그들의 보급줄과 같기았기에, 대형 하이브 시티들에 대한 역병 폭격이 계속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에 적들의 눈에 띄지 않는 인근 자원 정제 시설들로 도망쳐 나가는 제국민들의 피난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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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로크 리치, XI - 0 플라즈마 정제소 전투
거대한 워프 폭풍이 요동치는 다이로크 리치의 하늘, 그 때문인가 이미 보랏빛으로 물들어 낮인데도 어둠이 내려앉아 있는 듯 했다. 이미 데스 가드 제 6 역병 중대를 선두로 한 대형 카오스 무리의 침공으로 하이브시티 바젠탄 등 주요 도시들이 몰락한 상태였지만, 여전히 꽤나 많은 수의 하이브시티들이 결사 항전을 펼치고 있었으며 피난민들은 작은 정제소들로의 피난길을 서둘렀다. 허나 그나마 남아있던 정제소들의 상당수도 검은 악귀들과 이단자들의 공격으로 안전을 예상치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화이트 스카를 비롯한 소규모 아스타르테스 공격대들은 정제소들을 돌며 제국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이 중에는 워하운드 챕터의 아스타르테스 병력들이 있었다. 처형자라고도 불리는 캡틴 자그렉을 지휘관으로 소규모 공격대가 함대에서 파견되어 가장 위험한 바젠탄 인근의 정제소들을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자그렉은 해당 임무의 통제 뿐만 아니라 휘하 병력들의 '광폭화' 상태에 대응하기 위해 잠시도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들이 XI - 0 플라즈마 정제소 인근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악귀들의 기운이 가득했고, 그는 어둠을 틈타 적들이 다가올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성상파괴자 데이노스가 이끄는 협잡꾼들의 진언과 그들이 계약한 데몬의 무리가 폐허가 된 정제소의 벽들을 은폐물 삼아 서서히 워하운드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데이노스 또한 이미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개와 다를 바 없는 충성파 형제들의 군세가 주변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칼스의 폐허에서 자신의 형제들을 잃었듯이, 저들에게도 좌절감을 안겨줄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간만에 생긴 기회였다. 젠취의 악마들이 장난끼 넘치는 소리를 내며 적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공격이 시작되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워하운드의 병력들은 재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자그렉은 인필트레이터를 최전방으로 보내 적들의 위치를 확인함과 동시에 인터세서들로 하여금 사격 위치를 선점하도록 했다. 전장 전체에 연막 수류탄이 폭발하며 연기가 자욱해졌다. 그들의 복스 통신망에서 굉장한 노출의 소음이 계속되더니 악마들이 낄낄거리는 소리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전투가 시작된 것이었다.
전투는 협잡꾼들의 손 끝에서 시작되었다. 젠취를 추종하는 형제들로 구성된 변이의 구도자들이 가장 먼저 워하운드 병력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들의 워프 볼터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망각의 유령들도 손에서 마력을 끄집어내 적들에게 불길 덩어리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에 워하운드 병력들이 대응했고, 폐허를 사이에 두고 사격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젠취 악마들의 불덩이에 최전방에 위치한 인필트레이터 분대가 고립되자, 자그렉은 이제 후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워하운드의 주축을 이루는 '사슬에 메어진 자'란 이명을 가진 베테랑 인터세서들도 이미 어느 정도 전투에의 본능이 깨어나며 적들에게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엄청난 크기의 굉음이 전사들의 귀를 때렸다.
피를 머금은 자, 소르코스였다. 이 거대한 리뎀터 드레드넛은 아군 병력들이 전방에 고립되어 적들의 사격에 쓰러져 나가자 분노를 절제하지 않고 카오스 무리에게 뛰어들기 시작했다. 보병들에게 향했던 사격이 이제는 이 거대한 드레드넛을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대한 갑주는 이를 모두 견뎌냈으며, 탄환은 튕겨나갔다. 분명 예상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캡틴은 이 질주를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자그렉은 빠르게 진격 명령을 내렸다.
앞장 선 것들은 역시나 자그렉과 휘하의 지휘부 장교들이었다. 수석 사이커 다바스크는 젠취의 마력을 밀어내며 거대한 사이킥 포트리스를 형성했고, 아포테카리 바스카 자고라스는 쓰러진 인필트레이터들을 일으켜 세우며 한 손으로는 피스톨을 쏘아 제겼다. 그 중심에서 자그렉이 거대한 칼을 휘두르며 젠취 악마들을 썰어넘겼다. 익숙한 피냄새였다.
데이노스 또한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적들의 돌진을 비웃으며 컨템터 드레드넛 툴로 라약과 포지핀드 드라타가 헬포지의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다. 리뎀터 드레드넛을 쓰러뜨리지는 못했지만 적들의 진격을 저지할 정도는 되었다. 카오스 마린들 또한 리퍼 체인 캐논을 뿜으며 응사하기 시작했다. 훌륭한 사격이었지만, 데이노스는 적들의 용맹함에 대응할 생각이었다. 그는 점프팩의 엔진을 가동하고 그의 체인 액스 '모독자'를 가동시켰다. 굉음이 전장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거짓 황제에게 죽음을! 해골 왕좌에 피를!"
가장 먼저 두 거대한 드레드넛이 부딪혔다. 서로 피스트를 휘둘렀지만 장갑이 쉽게 뚫리지 않자, 서로의 피스트를 붙잡고 근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분명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거대한 엔진의 소르코스의 동력이 적을 압도했다. 하지만 툴로 라약 또한 쉬이 물러나지 않았다. 고대 엔진은 늙고 병들었지만 그 엔진에 깃든 영혼의 힘은 강력했다. 협잡꾼 아난다가 직접 축성한 부적에 담긴 진언의 힘이 이 고대 유물 드레드넛을 지탱하고 있었다. 두 보행 전차의 난투가 전장 중앙에서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드레드넛의 결투를 뒤로 하고, 데이노스가 빠르게 날아올라 전열을 형성한 양측의 병력들을 넘어 자그렉에게 달려들었다. 모독자의 날카로운 칼날이 자그렉의 몸통을 정확히 노렸다. 코른의 영토에서 키워온 전투 실력이었다. 하지만 자그렉 또한 쉬이 당하지 않았다. 빠르게 렐릭 방패를 들어올려 적의 체인 액스를 막아냄과 동시에 처형자의 칼을 적에게 휘둘렀다. 데이노스는 점프팩 엔진을 역가동시켜 이 초대형 칼날을 피했다. 그 뒤로도 몇번의 합이 두 지휘관의 생과 사를 넘나들게 만들었다. 양측 모두 강했다. 그들 뒤 전장에서는 부하들의 피가 낭자했다.
그 때였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두 지휘관의 뒤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툴로 라약이 기습적으로 멀티 멜타의 불꽃을 소르코스의 어깨 장갑 위로 쏘아넣자 소르코스가 장갑에서 연기를 내뱉으며 크게 밀려났다. 자그렉이 부하의 상태를 확인하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모독자의 칼날이 그의 방패를 넘어 자그렉의 파워 아머를 갈아내기 시작했다. 자그렉은 빠르게 몸을 돌려 칼날을 피하려 했지만 모독자는 한번 문 상대는 쉽게 놓지 않았다. 체인 액스가 계속해서 돌아가며 파워 아머의 틈을 비집기 시작했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지휘관이 위험해진 일촉즉발의 상황. 그 때 '사슬에 메어진 자'들이 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파워 아머의 헬멧 너머로 붉게 빛나는 눈빛이 그들의 상태를 일러주고 있었다. 베테랑 인터세서들은 빠르게 정제소를 회피기동해서 협잡꾼들의 후방에서부터 적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들의 지휘관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보고 빠르게 달려든 것이었다. 베테랑 아스타르테스들의 체인 액스가 성상파괴자를 향하기 시작했다. 분노한 전사들의 공격이 데이노스의 갑옷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헬포지에서 가공된 갑주였으나 적들의 분노는 생각보다 강했다. 데이노스는 돌아가던 모독자의 동력을 종료시키고 빠르게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그는 적들을 크게 비웃었다. 전장에 웃음 소리가 널리 퍼졌다.
"걱정말게나, 사냥개여!
사냥개에 대한 사냥은 끝나지 않았으니, 모독자는 한 번 문 상대는 쉬이 놓지 않지.
차라돈은 이미 우리 발 밑에 있다. 형제여!"
[ 정찰 보고 // CH-Dy2755XI ]
워하운드 챕터의 전사들이 XI - 0 플라즈마 정제소 방어를 위해
워드 베어러와 카오스 데몬의 무리에 맞서 싸웠음.
전투는 밤새 지속되었으며, 끝내 베테랑 인터세서들의 활약으로
협잡꾼이라고 알려진 워드 베어러의 무리는
인근 하이브시티 진지로 퇴각했다고 전해짐.
하지만 협잡꾼들의 본대는 거대한 녹색 악마가 이끌고 있으며,
주변을 다시 공격할 것으로 예상됨.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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